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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사랑 없이도 관계는 시작될 수 있을까?

by 이유엔 2025. 5. 12.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전종서와 손석구가 그려낸 이 시대 청춘들의 솔직하고 불편한 감정 게임이다. 연애는 하지 않지만, 서로를 알아가고 욕망하고 흔들리는 두 인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현실 연애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연애는 귀찮고 외로움은 싫은 사람들의 이야기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제목 그대로다. 연애는 빼고 로맨스만 남은 이야기. 영화는 시작부터 연애에 회의적인 두 남녀를 전면에 내세운다.
**잡지사 계약직 편집자 ‘자영’(전종서)**은 모든 관계에 냉소적이다. 전 남자친구와의 이별 후 감정은 식었고, 일은 버겁고, 사람들과의 거리두기가 일상이 됐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연애는 싫지만 관계는 필요하다’며 익명 앱을 통해 새로운 만남을 시도한다.

그렇게 만난 사람은 ‘우리가 남이가’에 근무하는 시사 작가 ‘우리’(손석구).
그 역시 사람에 쉽게 정 붙이지 않지만, 외로움과 욕망은 어쩔 수 없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건 연애가 아니다'는 약속 아래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애매한 경계 속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은 조금씩 틈을 내기 시작한다.


전종서와 손석구, 날것의 감정으로 완성한 캐릭터

〈연애 빠진 로맨스〉는 배우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화다.
전종서는 거침없는 대사와 예측 불가능한 감정선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연애에 지친 현대 여성을 날카롭고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관계의 본질에 대한 회의와 동시에 외로움 앞에서 흔들리는 자영의 복잡한 내면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손석구는 특유의 무심한 듯 진심인 연기로 상대를 바라보는 남자의 감정을 천천히 드러낸다.
말보다 행동으로 전달되는 감정의 파동은 관객에게 더 큰 몰입감을 주며, 우리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두 사람의 ‘썸보다 현실, 연애보다 솔직한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심리 드라마의 밀도로 이어진다.


대사와 시선, 그 사이에 흐르는 공감

이 영화의 힘은 서사보다 ‘말’과 ‘침묵’에 있다.
“그거, 좋아하는 거 아니야?” 같은 날카로운 대사 한 줄이
관계의 본질을 관통하고,
무심한 척 던진 말이 상대의 감정을 무너뜨린다.

카페에서의 말싸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쌓이는 감정의 변화,
관계를 끊기 위한 듯 또다시 이어가는 행동들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복잡 미묘한 감정의 결을 그려낸다.

영화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누구도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솔직한 척하며 거짓되고,
쿨한 척하며 미련을 남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실 연애에 대한 씁쓸한 자화상

〈연애 빠진 로맨스〉는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불친절한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연애와 감정, 욕망과 외로움 사이에서 방황해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한없이 현실적이고 씁쓸하게 다가오는 자화상일 것이다.

“우리 뭐하는 사이야?”라는 질문에
‘사귀자’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애,
그럼에도 서로를 기억하고 마음에 남기는 감정들.
이 영화는 연애의 정의가 아닌, 연애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슬프지 않아도 아프고,
결국 로맨스가 사라졌는데도 진짜 사랑에 대해 말하는 영화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