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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기록, 〈건축학개론〉 리뷰|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by 이유엔 2025. 5. 11.

2012년 개봉한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은 서연과 승민, 두 사람의 첫사랑 기억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려낸 감성 드라마입니다. 첫사랑을 다시 마주했을 때의 떨림과 후회를 담아낸 이 영화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건축학개론 리뷰
건축학개론 리뷰


〈건축학개론〉은 어떤 영화인가

영화 〈건축학개론〉은 2012년 개봉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대한민국 대표 감성 멜로 영화입니다.
시간을 두 축으로 나눠, ‘20대 대학 시절’과 ‘30대 현재’를 오가며 첫사랑의 기억을 되짚는 구조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많은 관객에게 묵직한 공감과 향수를 안겼습니다.

이제훈과 수지, 엄태웅과 한가인이 각각 과거와 현재의 승민과 서연을 연기하며,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감정과, 그때 하지 못했던 말들에 대한 아쉬움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영화 제목인 ‘건축학개론’은 단순한 과목명이 아닌, 두 사람의 시작을 상징하는 키워드이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은유입니다.


줄거리 요약|첫사랑, 그때 우리는 왜 말하지 못했을까

1990년대 후반, 대학 신입생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악과 여학생 서연(수지)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소심하고 말 없는 성격의 승민은 점점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호감은 천천히 쌓여가고, 두 사람은 제주도 여행을 함께하며 가까워지지만 결국 서로에게 직접적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멀어지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15년 후,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앞에 의뢰인으로 나타난 서연(한가인).
낡은 집을 짓고 싶다며 의뢰를 한 그녀는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한 듯 보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교차되는 가운데, 둘은 마주하지 못했던 감정과 후회의 시간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만약 그때 한마디만 더 용기 냈더라면”이라는 첫사랑의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아릿한 감정의 결을 탁월하게 살려냅니다.


감성 연기와 섬세한 연출의 힘

〈건축학개론〉의 감동은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잔잔한 연출력에서 비롯됩니다.
수지는 첫사랑의 순수하고 반짝이는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고, 이제훈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한 청춘의 내면을 담백하게 풀어냈습니다.

반면 현재 시점의 두 사람은 훨씬 복잡합니다. 엄태웅과 한가인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인물이 지난 기억과 현재의 감정을 교차시키며,
더 이상 순수할 수 없는 나이의 쓸쓸함과 애틋함을 절제된 연기로 전달합니다.

또한 영화 속 주요 장면들은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줍니다.
예컨대, 승민이 설계한 집이 점점 완성되며 두 사람의 감정이 정리되는 과정은
단순한 건축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집을 짓는다는 건 기억을 정리하는 일”**이라는 감독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면이죠.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남는 첫사랑의 잔상

〈건축학개론〉이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히 ‘첫사랑 영화’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놓쳤던 순간, 말하지 못한 감정,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그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하며, 관객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왜 그땐 말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 사람을 그저 보내고 말았을까.”
이 질문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습니다.

그리움, 후회, 그리고 어렴풋한 미소까지 남기는 이 영화는
화려한 전개나 충격적인 반전 없이도 진심 하나로 감동을 전하는 한국형 멜로의 정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